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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텍스트는 팔고 바이엘은 남겼다 — 가치투자자의 손절 기준은 뭘까?

작성자 stanley · 작성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17

같은 종목을 두고 내리는 판단인데, 결국 19%의 낙폭과 140%의 상승으로 갈렸다. 오크마크가 공개한 매도와 홀딩의 기록

2026년 9월 30일, 오크마크 인터내셔널 펀드(OAKIX)를 운용하는 해리스|오크마크가 고객 질문에 답하는 3분기 레터를 공개했습니다. 미국 본사 CIO 레터에서 2년째 이어져 온 Q&A 형식을 국제 주식 펀드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인데, 그 안에 눈길을 끄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펀드에서, 비슷한 시기에, "이 종목을 계속 가져야 하는가"라는 같은 질문 앞에 놓인 두 종목이 정반대의 결말을 맞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캐나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오픈텍스트(OpenText)는 청산했고, 독일 제약·농화학 기업 바이어(Bayer)는 계속 들고 있습니다.

오크마크 오픈텍스트 청산 vs 바이어 홀딩 대비 히어로 일러스트
오픈텍스트(기록·시스템)와 바이어(생육·회복)를 저울에 올려놓은 오크마크의 두 판단 (* AI 생성 이미지, ChatGPT)

청산된 오픈텍스트 이야기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운용팀은 오픈텍스트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자 커버리지를 새 애널리스트에게 넘겼습니다. 작년 레터에서 밝힌 관행인데, 애널리스트가 종목에 대해 "목소리를 잃었다"고 느껴지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죠. 새 애널리스트의 리뷰는 세 가지 우려를 찾아냈습니다. 제품 지속성(product duration), 투자 부족(underinvestment), 그리고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상각(margin)을 크게 리셋해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운용팀은 이를 두고 "겉보기에 싼 소프트웨어 기업이 사실은 우리가 예상보다 구조적인 경쟁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결론 내렸고, 그 문제가 마진을 누르고 내재가치 성장을 제한할 것을 우려해 포지션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기록이 뒤를 이어 말합니다. 청산 이후 오픈텍스트는 현지통화 기준 약 -19% 움직였습니다. 같은 리뷰 과정에서 정리된 월드라인(-50%)과 WPP(-5%)도 함께 언급되는데, 짧은 주가 움직임이 판단의 옳고 그름을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단서도 운용팀 스스로 달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하락을 피했다는 사실이 펀드 성과에는 플러스가 됐다는 것이죠.

바이어는 반대 방향의 판단입니다. 작년 정식 논문 도전 과정을 거친 운용팀은 소송 리스크, 사업의 질, 실행력이라는 핵심 리스크를 다시 짚었고, 당시 주가가 유로화 20 근처였을 때 "경영진이 증명할 것이 아직 많지만, 내재가치와 운영 개선 잠재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해 잔존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소송 리스크는 줄었고, 제약 부문은 개선됐으며, 작물(crop) 부문에서는 자구 노력의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주가는 현재 유로화 48 근처입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2.4배, 140% 상승입니다(주가 수준 비교이지 실현 수익률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판단이 완전히 다른 방식을 썼다는 점이 아니라, 같은 절차를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오크마크는 펀더멘털이 기대에서 벗어나면 "무엇이 바뀌었는가, 그것이 내재가치 추정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잠재 결과의 범위는 넓어졌는가"를 다시 묻는 절차를 밟습니다. 필요하면 애널리스트를 갈아 끼우고(오픈텍스트), 정식 반대 논문 프로세스를 돌리기도 합니다. 바이어가 통과한 '데블스 어드보케이트(DA)' 프로세스가 그것인데, 베어케이스 전체 평가 → 애널리스트 변론 → 팀 미팅 정식 토론 → 투표로 이어지는 절차입니다. 애널리스트 스스로 발동할 수도 있고, 펀더멘털이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면 강제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같은 절차를 통과한 에덴레드는 홀딩 판단 이후 현지통화 기준 +13% 움직였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절차는 같은데, 사실이 어떻게 바뀌었느냐에 따라 결론은 청산이 되기도 하고 홀딩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운용사가 자기 판단을 가장 좋은 조명으로 비춘 기록이라는 한계는 있습니다. -19%와 140%는 결과론이고, 청산과 홀딩의 정확한 시점·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사례가 병치된 것 자체가 이 레터에서 가장 값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도와 홀딩이 운이 아니라, 사실이 바뀌었을 때 그것을 다시 검증하는 반복 가능한 절차의 산물이라는 것을 운용사 스스로 보여 주려는 의도가 읽히니까요.

기록 보관소에서 판단을 앞둔 오크마크 운용팀 일러스트
3분기 레터의 기록 사이에서 청산과 홀딩을 다시 묻는 오크마크 운용팀 (* AI 생성 이미지, ChatGPT)

숫자 몇 개를 더 얹어 보겠습니다. 2026년 9월 30일 기준 오크마크 인터내셔널 펀드는 59개 종목을 보유했고, 예상 P/E 13.2배(비교: MSCI World ex USA 14.8배, 같은 지수의 밸류 버전 12.4배), ROE 14.5%(14.9%, 12.7%), 1년 컨센서스 기준 EPS 성장률 20.0%(9.3%, 5.6%)입니다. 밸류 지수 대비로는 FCF 기준 15% 할인 가격에, 그렇지만 EPS 성장과 ROE는 더 높은 상태입니다. 신흥국 비중은 8.7%입니다. 이 숫자들은 "싼 데다 좋은" 스타일의 소견서 같은 표이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이 스프레드 자체가 아니라 그 판단을 움직여 온 절차 쪽입니다.

구분오픈텍스트 (OpenText)바이어 (Bayer)
판단 (2026-09-30 레터 기준)청산 (Exit)홀딩 유지 (Hold)
트리거신규 애널리스트 리뷰: 제품 지속성·투자 부족·마진 리셋 가능성작년 정식 DA(데블스 어드보케이트) 리뷰 후 잔존 판단
판단 당시 핵심 근거"겉보기에 싼 소프트웨어"의 구조적 경쟁 문제€20 근처 주가에서 내재가치·운영 개선 잠재력 인정
이후 변화청산 후 현지통화 약 -19%소송 리스크 완화·제약 개선·작물 자구 신호
이후 주가 (현지통화)약 -19%€20 → 약 €48 (단순 계산 +140%)
펀드 내 비중 (2026-09-30)0% (청산 완료)1.7%

결론

오크마크의 이번 레터는 사실 "우리 얼마나 잘했다"는 자랑거리보다, 판단이 어떻게 고쳐 잡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확신에 찬 홀딩이 바이어라면, 어쩌면 그 판단은 주가가 2.4배가 되리라는 예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소송·사업의 질·실행력이라는 열린 질문을 정식 절차로 다시 묻고 답을 기다려 본 데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오픈텍스트의 청산은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겉보기에 싼 것"과 "구조적으로 싼 것"을 구분해 내는 절차가 작동한 기록입니다. 같은 종목, 같은 질문, 다른 결론 —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종목에 대한 애정도 수명도 아니라, 사실이 바뀔 때마다 판단을 다시 여는 절차의 존재였다고 읽는 것이 이번 레터를 가장 오래 남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면책: 이 글은 공시 자료와 분석, 글쓴이의 견해를 정리한 정보 제공용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참고 자료

  • Harris \| Oakmark, 「3Q 2026 International Equity Market Commentary — A conversation with shareholders」, 2026년 9월 30일, Tony Coniaris — https://oakmark.com/wp-content/uploads/sites/3/2026/10/A-conversation-with-shareholdersInternational-market-commentary3Q26_v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