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마지막 주에 미국 기술주 시장에서는 한 달에 걸친 조정이 단기간에 치닫는 국면이 이어졌습니다. 10월 28일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은 다음날 주가가 12% 넘게 빠지며 상장 이래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고, 이틀 뒤인 10월 30일에는 인텔이 하루 만에 28.6%씩 무너지며 1970년대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같은 날 나스닥종합지수는 6월 이후 가장 큰 폭인 2.9% 하락했고, S&P500은 6월 이후 최악인 1.8%를 기록했습니다. 10월 6일 고점을 기준으로 나스닥100은 한 달간 9% 넘게 내려왔고, 증발한 시가총액을 5조 달러 규모로 추산하는 계산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급락에서 시장이 주목한 것은 실적 부진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지출이 어떤 돈으로 감당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돈을 갚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었습니다.

무너진 순서 — 부채로 지은 곳부터
이번 조정에서 주목할 점은 하락의 순서입니다.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고 빌린 돈으로 운영하는 업체들이었습니다. 부채 의존도가 높은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10월 14일 하루에 15.5% 빠졌고, 같은 유형의 네비우스도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10월 한 달 기준으로 코어위브는 37%, 네비우스는 35% 가까이 하락했는데, 두 회사 모두 데이터센터를 부채로 확장해 AI 연산 능력을 임대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은 장비를 파는 쪽이었습니다. 10월 30일 하루 기준 엔비디아는 4.2%, AMD는 10.9%, 마이크론은 5.3% 빠졌고, SK하이닉스 미국 상장예탁증권은 7.95% 하락했습니다. 실적 예측을 앞질렀던 샌디스크는 하루에 13.5% 빠졌고, 서버 제조사 델과 HP는 각각 10.8%와 9.6%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대표 지수는 이날 7.2% 빠지며 10월 수익률이 15% 이상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iShares 반도체 ETF는 고점 대비 29% 하락해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습니다. 플랫폼 기업 중에서는 알파벳이 발표 다음날 13% 가까이 빠지는 등 가장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반면 같은 주에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 19% 증가에 영업이익 21% 증가를 기록하면서도 AI 인프라에 막대한 지출을 하고도 자유현금흐름을 플러스로 지켜 초기 급락을 피했습니다. 급락의 기준이 지출 규모가 아니라 그 지출을 자기 현금으로 감당하는지 여부였다는 뜻입니다.
실적은 나빴던 게 아니다 — 돈이 문제였다
알파벳의 3분기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1,27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 늘었고,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103% 성장해 307억 달러에 달했으며, 검색 쿼리 성장률은 5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문제는 바닥이었습니다. 주당순이익 2.12달러는 컨센서스 3.02달러를 30% 가까이 밑돌았는데, 여기에는 SpaceX 지분의 미실현 손실 82억 달러가 한몫했습니다. 더 무거운 숫자는 설비투자였습니다. 분기 설비투자가 514억 달러로 1년 전 240억 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고, 자유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0.7억 달러로 2분기 연속 적자였습니다.
아마존도 비슷했습니다. 매출 2,019억 달러에 영업이익 281억 달러로 사상 최고 마진 13.9%를 냈고, AWS는 39% 성장으로 5년 만에 가장 빠른 확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약 2,200억 달러의 설비투자 계획을 그대로 유지한 바람에 분기 자유현금흐름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고, 최근 12개월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424억 달러까지 확대됐습니다. 일 년 전 같은 기간에는 148억 달러의 흑자였습니다. 앤디 재시 CEO는 내년에도 "훨씬 더 많이 쓰겠다"는 방침을 반복했습니다.
인텔의 하락은 성격이 조금 달랐습니다. 본실적은 매출과 이익 모두 예상을 앞질렀지만, 4분기 매출 전망 150억~160억 달러가 컨센서스 171억 달러를 크게 밑돌았고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도 25센트로 컨센서스 44센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PC 시장 수요 부진과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에 더해, 이스라엘 공장 폭발 사고로 두 분기에 걸쳐 약 6억 달러의 매출 공백이 반영됐습니다. AI 수요가 PC와 스마트폰의 부품 가격을 끌어올려 오히려 다른 시장의 수요를 꺾는 역설, 그리고 그 여파가 실적 가이던스로 나타난 사례입니다.
조달 러시: 채권 시장이 먼저 재가격을 시작했다
급락의 배후에는 자금 조달 구조의 변화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하이퍼스케일러 다섯 곳의 연간 부채 발행은 35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30억 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7월까지만 해도 1,32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AI 인접 업종까지 포함한 올해 전체 발행 규모 추산은 3,000억~5,700억 달러에 이르며, 만기 20~30년짜리 장기채 발행이 흔해졌습니다.

상징적 사례가 오라클입니다. 11월 2일 오라클은 AI 인프라 확장 자금으로 주식 100억 달러와 채권 100억 달러, 총 200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오라클은 불과 5일 전에야 조달 규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이번 조달로 투자자 설명회 이후 11% 상승분이 모두 지워졌습니다. 오라클 주가는 2026년 들어 33%, 최근 1년간은 50% 넘게 하락한 상태였고, 2031년 만기 투자등급채 수익률은 7.276%까지 올라 5년 물 신용디폴트스왑 스프레드는 292bp로 1년 사이 265% 확대됐습니다. 8월 말 기준 부채는 1,253억 달러로 자기자본의 약 두 배에 이르며, 2066년 만기채 수익률은 약 8.4%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6.1%와 큰 격차를 보입니다. 부채가 무거운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14%를 넘는 차입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조달 러시는 오라클만의 일이 아닙니다. 같은 날 메타는 여러 통화로 200억 달러 이상의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알파벳은 유로채를 올해 두 번째 발행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10월 29일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한 운용사의 시나리오 계산에 따르면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의 30%만 부채로 조달해도 이 세 곳만의 추가 발행이 1,500억 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24% 증가합니다. 신용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AI 관련 채권 스프레드 확대가 금리 환경 탓이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 신용의 근본에 대한 재가격이라고 읽고 있습니다.
AI 생태계의 자금 수요 시험대가 곧 열립니다. 앤트로픽은 10월 26일 나스닥 상장을 위한 S-1을 제출했고 실제 상장은 11월 16일 주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163억 달러지만 순손실은 807억 달러로, 대부분이 자금 조달 관련 어음의 회계 처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시됐습니다. 블랙스톤이 IPO 이후에도 앤트로픽의 신용등급이 투자적등급에 머물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AI 기업 신용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다만 신용평가사 피치는 오라클의 BBB 등급을 유지하며 이번 조달 이후 추가 대규모 조달은 없을 것으로 보겠다고 밝히는 등, 평점사들이 아직 인내를 보이고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결론
이번 급락은 AI에 대한 수요의 종언이 아니라, AI 지출의 회계 장부를 다시 읽기 시작한 시장의 반응입니다. 시장이 벌하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부채 비중입니다. 자기 현금으로 짓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빌려서 짓는 코어위브·오라클의 주가 궤적과 차입 비용 격차가 그 경계선을 그려줍니다. 둘째, 현금흐름의 부호입니다. 알파벳·메타·아마존이 분기 자유현금흐름을 마이너스로 기록한 가을에, 플러스를 지킨 마이크로소프트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향후 분기마다 반복해 확인할 기준이 됩니다. 셋째, 만기 구조입니다. 20~30년짜리 채권으로 지금의 기술 불확실성을 떠안은 만큼, 채권 시장의 스프레드가 주식 시장보다 먼저 판정을 내놓고 있습니다. 앤트로픽 상장과 4분기 실적, AI 관련 채권 금리가 이번 가을의 후속 판정재가 될 것이고, 부채가 아니라 현금으로 지출을 감당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구분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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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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