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투자라고 하면 대개 GPU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AI에 투자하던 펀드가 엔비디아를 일부 팔고 AMD를 새로 샀다면, 무엇을 다르게 본 걸까요.
Baron Technology ETF의 2026년 2분기 서한에 그런 거래가 나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엔비디아의 대안 GPU’만이 아니었습니다. 운용팀이 AMD를 다시 보게 된 이유에는,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CPU가 맡을 일이 커진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습니다.

CPU와 GPU가 함께 작동하는 서버의 개념 이미지이며, 특정 AMD 제품의 실물 설계는 아닙니다. (* AI 생성 이미지, ChatGPT·Codex Desktop)
엔비디아가 틀려서 AMD를 산 것은 아니었다
먼저 거래의 성격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클 리퍼트와 아심 메라가 운용하는 이 펀드는 2분기에 AMD를 신규 편입하며 390만 달러를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는 750만 달러 순매도했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주도주 교체에 베팅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운용팀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엔비디아가 펀드에서 차지하는 몫이 너무 커져 비중을 조절했을 뿐, 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보는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6월 30일 기준 엔비디아는 여전히 순자산의 5.6%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 이 거래를 ‘엔비디아를 버리고 AMD로 갈아탔다’고 읽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AI라는 큰 방향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경로를 넓힌 거래에 가깝습니다. GPU의 성장만 보던 시선이 CPU로도 옮겨간 것이죠.
생각은 GPU가 하지만 행동에는 CPU가 필요하다
챗봇에 질문 하나를 던지고 답변을 받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학습된 모델이 답변을 만드는 계산, 즉 추론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규모 병렬 계산에 강한 GPU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러 회사의 실적 자료를 찾아 비교하고, 계산한 뒤 표로 정리해 달라”는 일을 맡기면 과정이 길어집니다. 자료를 검색하고, 파일을 읽고, 코드를 실행하고, 결과가 이상하면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중간에 모델을 여러 번 호출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모델의 계산 외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데이터를 옮기며 여러 작업을 연결하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CPU는 이런 실행 환경과 작업 조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에이전트의 도구 사용, 코드 실행, 데이터 처리와 조율 작업을 자사 Vera CPU가 겨냥하는 영역으로 설명합니다.
배런 운용팀은 바로 이 조율의 복잡성이 커지는 데 주목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여러 모델과 기업 시스템을 오가면, CPU에도 이전보다 넓은 성장 기회가 생긴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GPU는 생각하고 CPU는 실행한다’고 칼같이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CPU에서도 모델을 실행할 수 있고, 서비스마다 계산을 배치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핵심은 GPU가 불필요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GPU 주변에서 처리해야 할 일도 함께 늘 수 있다는 것입니다.

GPU 기반 모델을 사용하는 에이전트의 한 가지 구성 예입니다. 실제 구현과 계산 배치는 다를 수 있습니다. (* AI 생성 이미지, ChatGPT·Codex Desktop)
메타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이 생각이 서한 속 가설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AMD는 10월 27일 발표에서 자사의 서버 CPU인 EPYC가 메타의 개인 AI 에이전트 Muse 뒤에 있는 전용 컴퓨팅 환경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CPU가 에이전트 인프라의 실제 구성 요소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그 발표가 AMD의 미래 수익을 전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메타는 여러 세대의 EPYC를 이미 사용해온 고객입니다. 기존 서버 수요와 에이전트 때문에 새로 생긴 수요가 얼마나 다른지, Muse 관련 CPU가 얼마의 매출과 이익을 만드는지는 이 발표에서 따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는 ‘에이전트에 쓰인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사용량이 늘면서 고객이 CPU를 더 사는지, 더 높은 사양을 선택하는지, 아니면 기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는지를 봐야 합니다. 에이전트가 처리한 일이 늘었다고 AMD의 매출이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최근 실적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AMD가 8월 4일 발표한 2분기 매출은 약 11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고,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약 67억 달러로 107% 늘었습니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성장을 EPYC CPU와 Instinct GPU의 수요로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매출 전체가 CPU 매출은 아니고, CPU 매출 전체가 에이전트 수요도 아닙니다. 큰 부문의 성장률을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투자 논리가 모두 입증됐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CPU 시장이 커져도 AMD 혼자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CPU의 역할이 커진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그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엔비디아는 5월 31일 Vera CPU를 에이전트용 제품으로 소개하면서, 독립형 CPU 서버부터 CPU와 GPU를 결합한 시스템까지 제시했습니다.
AMD에 대한 긍정적인 논리가 엔비디아에 대한 부정적인 논리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CPU가 중요해질수록 엔비디아도 그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습니다. 배런이 엔비디아를 남겨두면서 AMD를 산 선택은, 어느 한쪽의 완승을 가정한 거래보다 이 경쟁의 모습을 더 잘 보여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중요한 것은 칩 하나의 이름만이 아닙니다. 같은 일을 얼마나 빨리 끝내는지,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기존 소프트웨어를 옮기고 운영하는 데 얼마가 드는지가 구매 판단에 들어갑니다. AMD가 CPU의 새로운 역할을 매출로 바꾸려면, 고객이 실제로 체감하는 성능과 비용에서 선택받아야 합니다.
좋은 사업의 성장과 좋은 주당 수익은 다르다
그 다음은 가격과 주당 이익의 문제입니다. 배런이 2분기에 AMD를 샀다는 사실만으로, 지금의 가격까지 매력적이라는 결론을 낼 수는 없습니다. 기대하는 성장에 비해 무엇을 얼마나 지불하는지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익을 볼 때도 기준을 맞춰야 합니다. AMD의 2분기 주당순이익은 미국 회계기준인 GAAP으로 1.38달러, 주식보상비용 등 일부 항목을 조정한 비GAAP 기준으로 1.66달러였습니다. 조정 이익으로 계산한 주가수익비율이 낮아 보인다고 해서, 실제 주주가 부담하는 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큰 고객과 맺은 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AMD의 2분기 10-Q에는 OpenAI와 메타에 각각 최대 1억6000만 주를 살 수 있는 워런트, 즉 정해진 조건에 따라 주식을 취득할 권리를 부여한 내용이 나옵니다. GPU 구매와 주가, 기술·상업적 조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권리가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6월 27일 기준으로는 아직 확정되거나 행사 가능해진 물량이 없었습니다.
모든 주식이 이미 발행됐다고 볼 일도 아니지만, 계약 규모만 보고 기존 주주의 몫도 똑같이 커진다고 생각할 일도 아닙니다. 앞으로 매출과 총이익이 얼마나 늘고, 그 과정에서 주식 수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가격을 판단하려면 CPU의 성장률, GPU 사업의 수익성, 비용과 주식 수를 연결한 주당 이익의 경로가 필요합니다. ‘CPU도 AI 수혜를 본다’는 이야기는 분석의 출발점이지, 그 계산을 대신해주는 답은 아닙니다.
결론
배런의 거래에서 흥미로운 것은 다음 엔비디아를 찾았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AI가 사람의 질문에 답하는 도구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일을 끝내는 에이전트로 바뀔 때 컴퓨터 안의 다른 부품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AMD는 GPU 경쟁의 추격자이면서, 이미 서버 CPU 사업을 가진 회사입니다. 에이전트의 확산이 CPU의 일을 늘린다면 이 두 사업을 함께 봐야 할 이유가 생깁니다. 다만 CPU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사실만으로 AMD의 점유율과 이익, 주가까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AMD는 미국 현지 11월 3일 장 마감 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 성적표에서는 AI 관련 계약의 크기만큼이나, 늘어나는 계산 수요를 실제 매출과 주당 이익으로 얼마나 바꾸고 있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배런의 선택은 GPU 시대의 끝을 본 거래가 아니라, GPU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AI의 다음 단계를 본 거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자료
1. Baron Technology ETF 2026년 2분기 운용 서한 — 신규 편입·순매매·CPU 투자 논리
2. Baron Technology ETF 팩트시트 — 2026년 6월 30일 기준 보유 비중·운용진
3. AMD·Meta 협력 발표 — 2026년 10월 27일
4. AMD 2026년 2분기 실적 — 8월 4일 발표, 6월 27일 종료 분기
5. NVIDIA Vera CPU 발표 — 2026년 5월 31일
6. AMD 2026년 2분기 10-Q — 워런트 및 주식보상 공시, 8월 5일 제출
7. AMD 3분기 실적 발표 일정 — 2026년 11월 3일 미국 장 마감 후
면책: 이 글은 공시 자료와 분석, 글쓴이의 견해를 정리한 정보 제공용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